반응형
09-12-11 18:25 게임메카 김경래 기자

마비노기’를 할 때의 일이다. 막장으로 유명한 디X인사이드 ‘마비노기 갤러리’에서 눈팅을 하고 있는데, ‘와우 갤러리’에서 ‘마비노기 갤러리’로 침공을 온 것이다. 그때 ‘와우 갤러리’에서 ‘마비노기 갤러리’에 남긴 유명한 명언. ‘점프도 안 되는 게임 대체 왜 하나요?’ 이 한마디에 ‘마비노기 갤러리’ 유저들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렇다. ‘마비노기’는 당시에나 지금이나 점프가 안 되는 꽤 드문 3D MMORPG다.

▲ 점프도 안 되는 게임의 올바른 예제

이것은 단순한 에피소드지만, 그냥 웃어 넘길 수 없는 부분이 있으니 최근의 온라인 게임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바로 ‘점프’이기 때문이다. ‘와우’와, ‘아이온’, 그리고 ‘던전앤파이터’까지 묶어주는 공통 요소가 점프라는 것만 봐도 온라인 게임에서 ‘점프’의 위상(?)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점프를 하기 위해 스페이스를 난타하는 게이머들. 그들은 점프의 어떤 매력에 빠져 오늘도 사이버 세계에서 폴짝폴짝 점프를 뛰는 것일까.

점프, 점프, 점프!

우리말로는 ‘뜀뛰기’라고 번역할 수 있는 점프는 현실에서는 몇몇 특수한 계층(ex: 운동선수, 찬장 위에 있는 과자에 팔이 닿지 않는 어린이, 그리고 스파이더맨 등등)이 하는 행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D MMORPG에서 점프의 역사는 꽤 오래 되었다. MMORPG에서 점프의 효시는 (논란이 있지만) ‘에버퀘스트’로 알려져 있다. ‘에버퀘스트’가 1999년 게임이니 MMORPG 점프의 역사는 10년 정도다.

▲ 이 언니가 기억나는가?

그러나 이들 게임에서 점프는 상당히 제한적인 역할을 담당했고, 본격적으로 MMORPG에서 점프가 성행하게 된 가장 큰 영향은 역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의 대성공이다. ‘와우’가 대성공 한 이후 3D MMORPG의 이동 표준이 아예 ‘WSAD’로 굳어질 만큼 ‘와우’의 영향은 매우 컸고, 대부분의 MMORPG들이 스페이스바 점프를 받아들일 만큼 ‘와우’의 성공은 MMORPG에 큰 영향을 미쳤다. ‘와우’이후 점프를 즐기는 게이머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3D MMORPG에 점프는 일종의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버렸다. 한 예로, 점프를 넣지 않겠다던 ‘테라’조차 게이머들의 불만에 직면해 점프를 넣었을 정도니 점프의 위력이 MMORPG장르에서 얼마나 대단한 지 알 수 있다.

▲ 유저때문에 어쩔수 없이...

다른 장르에서 점프의 역사는 MMORPG보다 훨씬 길다. MMORPG에서 점프의 역사는 10년 남짓이지만, 다른 장르의 게임에서 점프의 역사는 근 20여년에 달한다. 게임의 여명기 시절 한 시대를 풍미했던 ‘너구리’나 ‘수퍼마리오’등의 2D 횡스크롤 게임에서 점프는 필수나 다름 없었고, ‘퀘이크’나 ‘카운터 스트라이크’ 같은 고전(?) 3D FPS게임 역시 점프는 말 그대로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요소였다. 특히, ‘퀘이크’의 경우에는 자기 발 밑에 로켓탄을 쏴서 높이 점프하는 ‘로켓점프’라는 것이 유행할 정도니 FPS에서 점프의 중요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 로켓점프 하고 싶어

다시 MMORPG로 돌아와보자. 2D 게임이 판치던 1990년대 중-후반기에는 온라인 게임에서 점프란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텍스트로 된 MUD게임은 물론이고, 2D 액션이 아닌 이상 MMORPG에서 점프를 구현한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다. (X축,Y축은 있는데 점프에 필수적인 Z축이 없다! 예를 들어 ‘라그나로크’ 같은 게임에서 점프를 구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된다.)

그러던 중, 3D MMORPG의 등장으로 상황이 바뀐다. Z축이 추가된 3D MMORPG에서 ‘에버퀘스트’를 시작으로 점프의 ‘문’을 열었고, 이후 수많은 MMORPG가 ‘점프’를 게임 내의 한 요소로 흡수하게 된다. 그리고 성공한 게임 중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끼어있었다. ‘와우’의 대성공에 힘입어 ‘WSAD’식 이동은 MMORPG업계에 하나의 표준처럼 되어 버렸다. ‘와우’의 성공에 ‘와우’를 본딴 게임이 쏟아져 나오면서 ‘와우’의 조작을 본 딴 게임이 쏟아졌고, 그렇지 않은 게임들도 ‘와우’의 성공 요소 중 많은 부분을 차용했다. 그리고 그 안에 ‘점프’가 끼어있었던 것이다.

폴짝폴짝 점프, 과연 왜 있는 걸까?

이렇게 성공한 ‘점프’는 때때로 게임 플레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하며, 게이머들에 쾌감을 주기도 한다. 먼저, 점프를 훌륭하게 구현한 ‘와우’를 보자.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와우’에서 점프는 이동 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점프로 폴리곤 산을 등반한다든가, 절벽에서 뛰어내려 자살(?) 한다든가 하는 코믹한 액션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점프를 하면서 이동을 하면 지루함도 덜고 무언가를 한다는 쾌감도 느낄 수 있지 않은가?

▲ 이런 캐릭들이 점프하면서 다닌다고 생각하면...

점프가 게임 플레이에 핵심적인 게임도 점프에 빛을 더한다. ‘C9’이나 ‘헬게이트’의 경우에는 점프를 함으로서 게임 플레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헬게이트’에서 다수의 몹에 구석으로 몰리는 위기 상황이 있다. 이 순간 점프를 하면? 위기탈출! 점프 하나가 생사를 가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헬게이트’의 점프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점프 후 내려찍는 액션이 가능해져 호쾌한 느낌까지 즐길 수 있다. 하찮은 점프 하나의 유무 때문에 게임의 재미가 달라지는 것이다. 아직 출시되지는 않았지만 ‘블레이드 앤 소울’의 경우에도 호쾌한 점프로 경공술을 구현한다고 하니 점프가 쓸모 없다는 말은 조금 과장된 말이 아닐까?

▲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물론 많은 게이머가 지적하는 것처럼, 이런 몇몇 게임을 제외하면 점프가 구현된 대부분의 게임에서 실용성은 0에 가깝다, 그저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는 것만이 점프의 전부인 게임에서 점프는 좀 극단적인 말로 ‘이모티콘’에 가까운 부차적인 존재라고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이머들이 굳이 점프를 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점프라는 행위 자체가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본능적으로(?) 스페이스 바를 난타하는 게이머들에게 점프의 실용성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폴짝 폴짝 뛰는 행위 자체가 신기하고 재미있고 지루함을 덜어주는 데 점프가 있어서 나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여기에 점프는 캐릭터를 자신이 직접 컨트롤 하는 느낌을 게이머에게 준다. 클릭만 하는 게임에비해 ‘내가 캐릭터가 된 감각’을 좀 더 강하게 준다. ‘WSAD’ 컨트롤과 점프가 하나로 합쳐지면 이런 쾌감은 극대화 된다. 내가 내 마음대로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고, 스페이스 바 하나만 누르면 바로 폴짝 폴짝 뛰는 캐릭터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게이머에게 점프가 사랑 받는 이유 중 하나리라.

당신이 ‘와우’ 유저라면 다른 MMORPG를 해도 버릇처럼 스페이스 바를 난타하고 있을 것이며, ‘아이온’ 유저라면 무의식 적으로 스페이스 바를 두 번 눌러 활강을 하려 하고 있을 것이며, ‘C9’ 나 ‘헬게이트’ 유저라면 점프해서 적의 공격을 피하려고 할 것이다. 이것만 봐도 그만큼 점프가 중독성이 있고 재미있다는 반증 아닐까?

주위에서 MMORPG를 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더라도 점프의 실용성에 관계 없이 점프가 지루함을 줄여주고 감정 표현에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긴 거리를 이동할 때나 무엇인가 기다릴 때, 혹은 실수를 해서 민망할 때 점프를 이용해 지루함을 덜고 타인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점프의 용도를 정확히 찌른 말이라 할 수 있겠다.

내일 세계가 멸망해도 나는 스페이스 바를 누르겠다

그러나 모든 게이머가 점프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내일이 없다는 듯이 스페이스 바를 난타하는 점프 마니아들이 있는 반면, 그 반대편에는 점프를 싫어하는 게이머들이 존재한다. 점프 따위 없어졌으면 하는 극단적인 의견이 아니라, 점프가 굳이 필요 없는 MMORPG에 점프를 넣는 것은 싫다는 의견이 많다. 마우스로 클릭해 이동하는 게임에 점프가 무슨 소용이며, 이유도 없이 폴짝 폴짝 뛰는 점프는 게임을 가볍게 만들고 헤프게 보인다는 것이다.

▲ 점프! 점프!

다행히 이런 게이머들은 비교적 소수(?)에 속한다. 점프가 게이머에게 재미를 주지 못한다면 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점프 좀 넣어주세요’라고 개발자에게 요청하고 있을까. 누가 뭐라 해도 ‘점프’는 3D MMORPG에서 하나의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굳이 ‘와우’의 성공이 아니었어도 언젠가는 점프가 게임 상에 도입되었을 것이며, 스페이스 바를 누르면서 폴짝폴짝 점프를 하며 달리는 행위가 흔한 모습이 되었을 것이다. 그만큼 점프가 게임 내에서 가지는 영향력이 큰 것이다. 그렇다. 게이머들은 점프를 원한다. 내일 세계가 멸망한다 하여도, 나는 스페이스 바를 누르겠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