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기축년(己丑年) 소띠의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예년과 다름 없이, 그리고 여지없이 다사다난했던 2009년 한 해가 시작한 지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10년을 맞이해 새로운 10년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마무리, 그리고 또 하나의 시작을 맞이하는 2009년 12월이다.
겨울방학을 맞이할 더욱 분주해 질 연말을 바쁘게 보내다 보면 12월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갈 터. 특히나 또 하나의 대목을 맞이하고 있는 게임업계는 ‘연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한 해의 마무리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예전과 다를 바 없는 많은 이슈와 많은 화제거리를 뉴스로 쏟아내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2009년 마지막 달을 보내면서, 세태와 함께 많은 일들과 우여곡절이 있었던 2009년 게임업계의 ‘황당한 뉴스’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다시는 오지 않을 2009년을 보내는 가운데 우리들을 울리고 웃겼던 황당한 게임업계 뉴스 BEST 10을 알아본다.
2009년을 시작하는 연 초 게임업계를 강타한 가장 황당한 뉴스는, 이명박 대통령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당시 많은 화제가 되고 있었던 닌텐도DS를 두고 “우리도 닌텐도 같은 걸 왜 못 만드냐”라고 언급을 했다는 뉴스였다. 업계 전문가들은 인기를 의식한 ‘눈 가리고 아웅’식의 발언일 뿐이라며 “시장과 정책, 인재, 소프트웨어를 모두 외면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닌텐도DS 같은 것들이 등장한다면 오히려 이상하다”라며 냉소를 머금은 의견을 개진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아무것도 모르고 삽질밖에 모르는 주제에 닌텐도가 어쩌니 운운하지 말라’라는 것. 한 업계 전문가는 “대통령이 말한 ‘닌텐도’는 게임 회사 이름이다. ‘닌텐도DS'라고 말해야 정상”이라며 단순한 이슈 모으기에 대한 발언은 진정성이 없다는 것을 지적했다.
특히 이런 대통령의 ‘인기 끌기 식 무개념 발언’은 현 정부의 소프트웨어 산업을 진흥시키려 하기보다 정책방향이나 조직, 자금 지원 등의 측면에서 홀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에서 더욱 업계의 ‘어이없음’을 샀다. 정보통신부가 사라지면서 국 단위이던 소프트웨어 관련 조직은 지식경제부에서 과 단위로 축소됐고, 정부의 올해 정보화 예산(3조1555억원)은 지난해보다 7.1%나 줄어들었다. 지식경제부가 소프트웨어를 22개 신 성장 동력의 하나로 선정하긴 했지만 정책 방향이 조선이나 자동차 산업 등과의 융합 위주다. IT기술이 대한민국의 일자리를 계속해서 줄여왔고, 디지털 정보화시대에 묶이다 보면 빈부격차를 줄일 수 없고 일자리를 만들 수도 없다고 말을 하는 대통령의 입에서 ‘우리는 왜 닌텐도 같은 걸 못 만드냐’라는 말을 들을 계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 명텐도MB, 이 정도면 위대하신 민족의 영도자 가카는 만족하실까?
더욱 어이없는 것은 당시 대통령이 한 마디 했다고 관련 정부 부처들이 한국형 닌텐도를 만들기 위한 지원책을 만드느라고 골머리를 썩고 있다는 보도 자료가 나왔다는 것이다. 게임기와 관련된 하드웨어를 지식경제부가, 콘텐츠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담당하고 있는데, 두 부처가 경쟁적으로 발 빠른 움직임으로 한국형 닌텐도를 개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는 뉴스였다. 참으로 대단한 충성심을 보인 것. 지식경제부는 곧바로 게임 관련 원천기술개발에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을 밝히며 대통령을 향한 딸랑이를 흔들었고, 글로벌게임허브센터는 게임개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관련기업을 육성하는 등 차세대 게임시장을 창출·선점하기 위해 다각적인 지원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들이 편성한 계획은 업계 전문가들의 ‘기도 차게 만들지 않을 정도로’참으로 가관이었다. 지식경제부는 '실감형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플랫폼'개발하는 데에 10억 원, '감성서비스 모바일 단말기' 개발에 15억 원을 배정하겠다고 밝혔고, 글로벌게임허브센터는 차세대 게임콘텐츠 및 솔루션 15개 과제에 45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온라인 게임 하나 개발하는 데에 100억 원을 훌쩍 넘긴다고 호들갑을 떨었을 때가 2006년이었는데, 무려 국가에서 글로벌 게임 산업을 위해 닌텐도DS에 버금가는 게임기를 만든다는 데에 투자하는 금액이 2개 부처 도합 70억이라고 밝힌 것이다.
당시 업계 전문가들은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이 주력인 국내 게임업계의 발전상황, 패키지 게임 산업이 왜 몰락했는가에 대한 조사도 없이 시스템 자체를 개선하려는 아무런 노력도 보이지 않은 채 되도 않는 예산을 투자하겠다고 나서지 말고 피 같은 세금 낭비 말고 불우이웃돕기 성금이나 내는 것은 어떨까”라고 비판했다.
△ 아마, 열심히 삽질을 연구하고 계신 분은 이런 게임들을 만들기를 정말 바라고 있지 않을까.
물론, 2월을 시작으로 ‘닌텐도DS에 버금가는 게임기를 만들려고 시도했었던 대통령’이라는 되도 않는 캐치프레이를 만들려고 했던 정부의 움직임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다. 머릿속에 삽밖에 들어있지 않은 누구 덕분에 현 정부는 IT예산을 계속해서 줄이고 ‘삽질사업’에만 돈을 투자하고 있다. ‘그래야 일자리가 생긴다’라는 것이 대통령의 말이다. 이에 네티즌들은 냉소를 담아 당시 ‘명텐도DS’를 패러디물로 만들어 내기도 했다.
‘닌텐도 같은 것’은 이미 국내의 게임파크라는 한 기업에서 GP32라는 휴대용 게임기를 만들었다. 하드웨어 성능 자체는 닌텐도DS보다 훨씬 더 좋다. 2009년을 마감하는 현재. 정부는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산업진흥원, 그리고 국립국어원이 지난 1월 공동으로 발간, 배포한 ‘게임언어 건전화 지침서(이하 지침서)’에 따르면, ‘바보’와 ‘메롱’은 폭력적 표현이며, ‘결합’과 ‘경험’은 선정적 표현으로 지정을 했다고 한 ‘황당한’뉴스가 화제가 되었다. 바로 게임 내 금칙어로 지정을 한 것. 금칙어란, 불건전성 등을 이유로 게임 내 채팅이나 검색 등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된 표현들을 뜻한다. 이에 당시 네티즌들은 “현실성 없는 금칙어 지정”이라며 반발을 했다.
지침서는 '직딩'이나 '원조', '같은' 등의 표현들도 폭력적이라는 이유로 게임 내 사용을 금하라고 권하고 있다. '먹다', '구멍', '립서비스', '조개' 등도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금칙어로 선정이 되었고, 조금이라도 꺼림칙한 이미지가 연상되는 중의적(衆意的)인 단어는 일단 금지하고 본다는 식으로 나왔다.
문제는 금칙어를 이처럼 과도하게 설정할 경우 이용자들이 표현할 수 있는 범위를 축소시켜 온라인 공간의 소통이 불편해진다는 데 있다는 것이었다. 예컨대, 지침서의 권장을 따라 '개'를 금칙어로 설정하면 '개최하다', '개막식', '개념글' 등의 표현도 쓸 수 없게 된다는 지적이었다. 당연히 게임업계나 언어 연구자들은 이에 대해 '지나친 언어통제'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 사실상, 매우 쓸데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대로 하면 RPG게임을 서비스하는 모든 업체들이 '경험치'라는 표현을 삭제해야 할 것"이라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 앞으로 아이템을 먹었다라는 표현도 못 쓴다는 것. 또, 금칙어 설정의 효과가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용자들은 금칙어로 선정된 단어를 조금만 바꿔서 표현해도 얼마든지 원하는 뜻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04년 서울시 버스개편 당시 서울시 측이 '명바기'를 게시판 금칙어로 설정했지만, 네티즌들이 '명배기', '맹바기', '맹배기' 등으로 표현을 바꿔가며 규제망을 뚫었던 것이다. 대중의 언어사용을 정부가 통제하려는 것 자체에 대해 문화적 권력통제의 수단이라는 것에 많은 네티즌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사실, 게임산업진흥원의 문화진흥팀 이종훈 대리는 "마음만 먹으면 금칙어 설정을 피해갈 수 있는 것도 맞고, 과다한 금칙어 설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기도 한다"라며 자신들의 발표가 ‘황당한’것임을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금 현재, 이런 단어들을 금칙어로 선별하고 있는 게임업체는 아무 곳도 없다. 정부의 또 다른 ‘삽질’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던 또 하나의 뉴스였다.
올해 3월, 주목을 받으며 클로즈베타를 진행하고 있던 넥슨의 기대 MORPG였던 마비노기 영웅전(이하 마영전)의 클라이언트가 한 일반 게이머에 의해 해체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되었다. 클로즈베타 진행을 위한 마영전의 클라이언트가 공식홈페이지에 업로드가 되자 이를 다운 받은 한 게이머가 클라이언트를 해체했던 것. 이 게이머는 마영전의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가 미국 밸브소프트웨어의 인터넷 게임배급 플랫폼인 '스팀'과 동일하다는데 착안해서 맵 폴더에 들어가 BSP확장자 파일을 추출했고, 모드(MOD) 툴을 통해 하프라이프2로 실행하면서 관련 동영상과 스크린 샷을 유포하기에 이르럿다.
실제로 이 게이머가 배포한 스크린 샷과 동영상에는 하프라이프2가 마영전의 맵에서 플레이되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 당시 해당 게이머가 공개했던 해체 과정 모습. 게임사들도 이제는 게이머들의 수준을 얕잡아 보면 안 된다는 것을 여실히 알려 준 사례가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이유는 마영전이 밸브사의 하프라이프2의 소스엔진과 동일하게 제작이 되었기 때문. 클로즈베타를 실시하면서 클라이언트를 배포하자, 이를 알고 있는 게이머가 그것을 해제 한 뒤에 하프라이프에 접목을 시킨 것이었다. 하프라이프의 MOD툴로 파생된 유명한 게임은 카운터스트라이크가 있듯이, 이 게이머 역시 소스엔진을 해체하는 데 도전을 했던 것이다.
게이머들은 “마영전이 하프라이프2의 새로운 MOD인 줄 몰랐다”며 “온라인 게임의 뼈대라고 할 수 있는 클라이언트를 암호화 하지 않고 테스트하고자 한 것은 너무 허술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국내 게임사의 기술력이 허술하게 유포될 수 있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상당히 많았던 것. 이후 넥슨은 다운로드를 막아 놓고 암호화 작업을 한 뒤에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진행했다.
이 사태로 인해 넥슨은 가장 중요한 클라이언트에 기초적인 암호화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직면하기도 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게이머들의 실력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만큼, 게임사들의 주의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 해프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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